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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축
 정완희    | 2016·06·07 20:07 | HIT : 1,749 |
   개   축
                            정 완 희

백년이 넘은 집을 털었다
내 어린날 기억들 오롯이 살아 있는
고향집. 판도라의 상자를 열듯
겹겹이 봉인된 천정을 열었다

집은 서쪽 산으로 기울고
기둥들도 썩어 절반도 안남은 채로
부러지고 갈라진 대들보와 삭아버린 서까래
앙상한 등뼈가 등골 서늘하게 내게로 왔다

참샘골에서 낡은 집의 기둥과 뼈대를 가져다
백년전에 집을 지으신 조부님과
이십오년전 입식으로 고치신 부모님
정성스런 손길의 그 흔적들이 보인다
내 나이보다 백살쯤 더 먹은 기둥과
등뼈들은 참으로 긴세월들을 견디어 온게다

여덟개의 철기둥을 세워 보를 연결하여
부러진 등뼈와 갈빗대를 받치고 나서야
조심스레 썩은 기둥을 들어 내었다
조부님의 초가지붕과 부모님의 양철지붕위로
나는 날렵한 청기와를 올렸다

앞으로 백년은 더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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