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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1942~) ‘피항(避港)’
 한혜영    | 2009·03·27 09:54 | HIT : 1,802 |
미주한국일보/뉴스홈 > 이 아침의 시    
입력일자:2009-03-26
  


명절날
거실에 모여 즐겁게 다과(茶菓)를 드는
온 가족의 단란한 웃음소리,
가즈런히 놓인 현관의 빈 신발들이
코를 마주 대한 채
쫑긋
귀를 열고 있다.


내항(內港)의 부두에
일렬로 정연히 밧줄에 묶여
일제히 뭍을 돌아다보고 서 있는 빈 선박들의
용골.
잠시 먼 바다의 파랑을 피하는 그
잔잔한 흔들림.


오세영 (1942~) ‘피항(避港)’ 전문


명절이어서 모처럼 가족이 여럿 모였다. 현관 안에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는 신발을 보니 출항을 기다리는 선박들처럼 보인다. 주인을 그곳에 부려놓고 대기 중인 배들이다. 그러니까 그 시간은 “잠시 먼 바다의 파랑을 피하는” 시간이 된다. 눈만 뜨면 직장으로 학교로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 세상 바다의 파고(波高)는 언제나 높고, 그 풍랑 속에서 덩달아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 신발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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