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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혜(1955~)‘고백
 한혜영    | 2009·02·27 03:32 | HIT : 2,078 |
미주한국일보/뉴스홈 > 이 아침의 시    
입력일자:2009-02-26
  

겨우내 저 혼자서만 웅크리고 살던 빈집
녹슬어버린 펌프는 녹슨 느낌표로 서 있다
안부를 묻지 않고 지내는 동안
우물가의 푸른 이끼들 누렇게 말라버렸다
오래되었거나, 잊어버린 저 문장부호들
읽기 힘든 낡은 세월의 문장이여
펌프에 마중물 먹이고 손잡이 잡고 누른다
처음 펜을 잡던 손의 설렘을 나는 기억한다
그렇다, 아름다운 첫 문장은 손이 먼저 아는 것
차가운 내 손에 피가 돌기 시작한다
꽃 피고 지고 다시 피는 사이
저도 꽃길 열고 싶었던 물의 침묵이
펌프 속에 갇힌 짐승처럼 괴성을 내지른다
아무도 받아 적을 수 없는 붉은 모음이
뻘건 녹물에 녹아 흘러나온다
땅속 깊은 곳의 말 다 쏟아내기 위해
내 마음에 묻힌 말 다 쏟아내기 위해
나는 더욱 힘껏 펌프질을 한다
갇혔던 슬픔이 다 쏟아져 나온 뒤
맑은 노래는 찾아올 것이다, 나는 지금
가장 맑은 물의 고백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정다혜(1955~)‘고백’전문


녹슨 펌프에 마중물을 붓고 펌프질을 한다. 오랫동안 고여 있던 붉은 녹물이 먼저 올라오고 나서야 맑은 물이 올라온다. 시 쓰기와 같은 비유다. 마음 깊숙이 묻혀 있던 진실을 퍼 올리기 위해서는 뻘건 녹물부터 퍼 올려야 한다는 것. 사용하지 않던 펌프질이 어려운 것처럼 내면 깊숙한 곳에 갇혔던 말을 퍼 올리는 행위 역시 쉽지가 않다. 잡생각으로 흐려진 마음을 퍼 올리고, 슬픔과 고통을 퍼 올리고, 그런 다음에 올라오는 것이라야 시가 된다.


한혜영 <시인>
  
707   권애숙(1954~) ‘자갈치의 달’ 3  한혜영 09·04·1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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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4   류인서 (1960~) ‘느티나무 하숙집’  한혜영 09·04·01 1862
703   오세영 (1942~) ‘피항(避港)’  한혜영 09·03·27 1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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