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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몽의 물체 / 조연호
 나금숙    | 2015·12·13 18:20 | HIT : 1,361 |
태몽의 물체


조연호


  적전敵前의 저들이 그림자를 너무 멀리 달아나게 했다면 밝혀둔 불이 가진 문 뒤편의 가족력은 얼마나 복잡한 우주인 채로 물체인 쪽만 가볍겠니? 나란히 놓은 두 무릎이 천사와 악마 모두에게 어떻게 굴었는가를 얘기 나누면 차츰 흘리고 나서야 나는 비겁해졌다. 집이 어떻게 구부러지고 있는지를 잘 아니까. 잘 씻은 쌀을 넣어 꿰맨 여자애 이야기를 들려주고 떠나왔으니까, 조용히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나는 아무나의 좋은 씨받이가 되어 있었다. 물과 칼을 합쳐 안개를 만들고 그 속에서 젖고 베이며 놀았다. 저녁으로, 라는 지혜를 간절히 믿었다. 복잡해지는 순간 흐르는 단순한 빛 속엔 절 구 방망이, 물 빨래판, 냄비 꼭지 같은 태몽의 물체들이 올려져 있었다고, 애를 낳고 동생이 말했다.



  
  환하게 불 밝혀진 문 뒤편, 복잡한 가족력을 통해 조연호는 세계에 접근 하고 있다. 세계는  보이지 않는 정신보다는 보이는 물체 쪽이 훨씬 가볍다. 대부분 그렇듯이 거개의 가족력은 보이지 않는 쪽이 훨씬 무겁다. 그 무거움은 무릎을 나란 히 하는 기도의 자세를 자주 연출하고 천사와 악마 사이를 오가게 한다. 그렇게  왕래하다 보면 사람들은 사물에 대해 분수를 알게 되고 무모함을 버리고 비겁해 진다. 대부분의 집, 즉 가계는 뼈대가 온전치 못해서 날이 갈수록 구부러지고 틀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구성원 중에는 먹고 살기 위해 잘 씻어 꿰맨 희생제물이 있기 마련이다. 여기서 여자애, 조용히 곁에 있는 아무나의 씨받이는 우주, 집의 먹잇감이자 제사장이다. 물과 칼을 합쳐 안개를 만들고 젖고 베이는 삶의 현장은 저녁이 되어야 부활의 아침이 온다. 복잡한 이승에서 단순한 한줄기 빛이 탄생을 가져오는데 그 매개는 의외로 야구 방망이, 빨래판, 냄비꼭지 같은 범속한  것들이다. 밤새 싸운 도깨비가 아침에 보면 다 닳은 빗자루 몽둥이듯이 말이다.  이 범속한 것들을 통해 시를 낳는 여자애와 여동생은 시인의 창조본능이다.  (단평 나금숙)


계간 <시산맥> 2014년 발표



한석호 해설이 없으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글을 시라고 읽어야 하는 오늘이 서글프다.

16·01·07 16:11  

나금숙 그냥 내가 읽어지는대로 읽는 자유도 좋아요
시에 정답이 없잖아요~^^

16·01·2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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