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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상태에서 나타나는 9가지 성향
 김순철  | 2012·07·03 20:44 | HIT : 1,924 |
  몰입상태에서 나타나는 아홉가지 성향


즐긴다는 것은 무엇인가. 몇 년 전부터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돈이나 명예를 바라지 않고 뭔가를 열심히 즐기면서 하는 사람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체스기사들, 암벽등반가들
무용가, 작곡가들은 많은 시간을 일에 몰두한다. 그들은 왜 그런 일들을 하는 것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을 계속해서 움직이게 하는 것은 그 활동을 하고 있을 때 느끼는
양질의 경험이다.

휴식을 취할 때나 마약을 하거나 술을 마셨을 때 또는 부의 사치를 누리고 있을 때는 그런 느낌을 경험할 수 없다. 그보다는 능력을 확장하거나 새로움과 발견에 관련된 고통스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활동을 할 때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최상의 경험을 나는 소위 몰입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많은 응답자들이 의도하지 않아도 완전히 의식을 집중한 상태에서 막힘없이 자동적으로 일을 진행할 때의 느낌에 대해 언급했다.

몰입의 경험은 활동분야와는 상관없이 거의 동일한 말로 묘사되었다. 운동선수 예술가 종교적 신비주의자 과학자 그리고 평범한 노동자들까지 가장 보람 있는 경험을 거의 비슷한 말로
표현했다. 또한 문화나 성, 연령과도 관계가 없었고 부자나 가난한 자나 다를 바가 없었다.
미국인이나 일본인이나 서로 아주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라도 같은 방식으로 즐거움을 경험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몰입상태에서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할까. 대개 그들은 다음과 같은 아홉가지 느낌을 경험하는 것 같다.



첫째, 직장이나 집에서 종종해야 하는 서로 상반되거나 목적이 불분명한 일상적인 일들과는 달리, 몰입상태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음악가는 다음에 어떤 음을 연주할 것인지를 알고, 암벽 등반가는 다음에 어디에 발을 디딜지 알고 있다.


둘째, 몰입상태에서는 자신이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음악가는 자신이 연주하는 음이 맞는지 그 자리에서 듣게 된다. 암벽 등반가는 아직 절벽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는 것으로 자신의 움직임이 정확했는지 알 수 있다. 외과의사는 절개 부위에 피가 고이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셋째, 몰입상태에 있을 때는 자신의 능력이 주어진 일을 하기에 적절하다고 느껴진다. 평소에 우리는 가끔 능력에 비해 도전이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좌절하고 초조해한다. 반대로 도전이 너무 쉽게 생각되면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너무 강한 상대와 테니스를 치거나 체스를 두면 좌절감이 느껴지고 너무 약한 상태를 만나면 지루하다. 정말 즐길 만한 게임에서는 경기자들이 권태와 초조함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한다. 일 대화 대인관계도 역시 마찬가지다.


넷째, 평소에 우리는 무언가를 하면서 곧잘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다. 학생들은 교사에게 주목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 점심시간이나 지난 밤 데이트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직장인은 주말에 대해 생각하고 청소를 하는 어머니는 자녀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몰입상태에서는 지금하고 있는 일에 주의력이 집중된다. 정신집중은 도전과 기술사이의 긴밀한 조화에 의해 가능하며 분명한 목표와 계속적인 피드백에 의해 유지된다.



다섯째, 몰입상태의 또 다른 대표적인 특징은 지금 그 자리에서 하는 일만 의식하는 것이다. 만일 음악가가 연주를 하면서 건강이나 세금 문제를 생각한다면 음이 틀리기 쉽다. 만일 외과의사가 수술을 하는 동안 다른 곳에 정신을 팔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몰입은 현재에 정신을 집중한 결과이며 평소에 우리를 우울하고 초조하게 만드는 두려움에서 해방된다.


여섯째, 몰입상태에서는 무언가에 전념해 있는 나머지 실패를 걱정할 여유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몰입을 완전히 우리 자신을 통제하고 있는 상태라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단지 실패한다고 생각을 하지 않을 뿐이다. 만일 우리 자신을 통제해야 한다고 느낀다면 완전히 무너가에 집중을 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주의력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일과 우리 자신을 통제하는 일로 갈라진다. 몰입 상태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분명하며 우리가 가진 능력이 그 도전에 충분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모든 걱정에서 벗어나 있다.


일곱째, 평소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을 쓰고 창피를 당할까봐 조심하고 좋은 인상을 주려고 애쓴다. 이러한 자의식은 부담이 된다. 하지만 몰입상태에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두한 나머지 굳이 자아를 방어하지 않는다. 한편 몰입해서 뭔가를 끝낸 후에는 힘든 도전을 이겨냈다는 것을 알고 좀더 자신감이 생긴다. 적어도 잠시나마 자아에서 벗어나 더 큰 실체의 일부가 되었음을 느낀다. 음악가는 우주의 화음과 하나됨을 느끼고 운동선수는 팀과 함께 움직이고 소설을 읽는 독자는 몇 시간 동안 다른 현실의 삶을 산다. 역설적으로 자아는 자기망각행위를 통해 확장된다.


여덟째 몰입상태에서는 시간을 잊게 되고 몇 시간이 마치 몇 분처럼 흘러갈 수 있다. 그 반대 상황도 일어난다. 피겨스케이트 선수는 실제로 단 일초 밖에 걸리지 않는 회전이 열 배나 더 길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이렇듯 몰입상태에서는 현실적인 시간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즉 우리가 하는 일에 따라 시간감각이 달라진다.



아홉째, 위 성향들이 대부분 갖추어지면 우리는 무슨 일이든 즐기면서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싫지만 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워야 하기도 한다. 글나 점차 컴퓨터를 잘 다룰 수 있게 되면서 그 작업을 즐기기 시작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일 자체가 목적이 된다. 미술 음악 그리고 스포츠와 같은 활동들은 보통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

그런 일을 할 때는 그 일이 주는 경험을 느끼는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 반면에 대부분의 일상적인 일에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다른 뭔가를 얻기 위해서 한다. 또한 어떤 일들은 다른 목적이 있는 동시에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한다. 바이올리니스트는 연주를 해서 외과의사는 수술을 해서 지위와 돈을 얻는 한편 자신이 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발견한다. 결국 행복한 삶의 비결은 우리가 하는 일에서 몰입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일과 자정생활 자체를 목적으로 할 수 있다면 삶을 낭비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몰입과 행복


몰입과 행복은 무슨 관게가 있을까 이것은 매우 흥미롭고 까다로운 질문이다. 처음에는 두 가지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그 관련성은 좀더 복잡하다. 우선 우리가 몰입상태에 있을 때는 보통 행복하다는 느낌을 갖지 못한다. 몰입상태에서는 그 활동에 관련된 것만을 느낀다.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은 이미 주의가 흩어진 상태다. 한창 글을 쓰고 있는 시인이나 방정식을 풀고 있는 과학자는 사고의 끈을 놓치지 않는 한, 몰입상태에서 행복을 느낄 수 없다.

우리가 행복감에 빠질 수 있는 것은 몰입상태에서 벗어난 후거나 정신이 흐트러지는 순간이다. 시가 완성되거나 법칙이 증명된 후에야 비로소 만족감과 행복감이 밀려온다. 어쨌든 살면서 몰입상태를 많이 경험할수록 더 많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어떤 활동에 몰입하느냐에 따라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불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폭력 도박 난잡한 섹스 또는 마약에 몰입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즐거울 수도 있으나 지속적인 만족감과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 쾌락은 창의성으로 이어지지 못하며 얼마 안가 중독상태 즉 엔트로피의 노예로 전락한다.

그러므로 몰입에서 행복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몰입을 유도하는 활동이 새로운 도전과 개인적이며 문화적인 성장을 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터뷰에 답한 응답자들 모두는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분명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으며 분명 도전적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한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만일 삽십년간 물리학자로 행복하게 살던 사람이 자신의 연구가 수백만의 사람들을 죽인 핵무기를 만드는데 사용된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만일 조너스 소크가 발견한 백신이 생명을 구하는 대신 화학전에 사용된다면 그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분명 요즘 세상에서는 그런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어찌 되었건,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다면 행복해지기가 훨씬 더 쉬운 것은 사실이다.





몰입과 의식의 진화


사람들이 즐기는 많은 일들이 있다. 육체적 쾌락, 권력과 명성, 물질적 소유 등등. 맥주병을 수집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학대하기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즐거움을 구하는 방법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로 인해 느끼는 행복감은 거의 같다. 그렇다면 모든 형태의 즐거움이 똑같이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25세기 전 플라톤은 사회를 위해 젊은이들에게 옳은 일에서 즐거움을 찾도록 가르쳐야한다고 말했다. 현대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플라톤은 보수적이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요구되는 옳은 일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요즘 우리는 너무 진보적이어서 그러한 문제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폭력보다는 협동심을 도둑질보다는 독서를, 주사위보다는 체스를 텔레비전 시청보다는 하이킹을 즐긴다면 좀 더 대견하게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 25세기 전에 비해 우리는 상대주의적이고 관대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떤 가치관에 묶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 세대가 그러한 가치관을 이어가주기를 바란다.
문제는 쉬운 대상에서 즐거움을 찾기가 쉽다는 것이다. 섹스와 폭력은 우리의 유전자 속에 이미 프로그램되 있는 행위들이다. 사냥과 낚시를 하고 먹고 짝을 짓는 일들은 우리의 신경계통 속에 이미 프로그램 되어 있다. 또한 돈을 벌거나 새로운 땅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영토를 정복하거나 아름다운 궁전, 사원, 고분을 건설하는 것 또한 우리의 머릿속에 오래 전부터 수립된 생존전략과 일치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즐기면서 하기가 쉽다. 반면 수학이나 과학이나 시를 쓰거나 작곡을 하면서 상징체계를 조작함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 것처럼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것들을 즐기는 법을 배우기가 훨씬 더 어렵다.
아이들은 축구선들과 록 가수들이 행복할 것이라고 믿으며 근사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연예계 스타들을 동경하면서 자란다. 아이들에게 자라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으면 대부분이 운동선수와 연예인이라고 대답한다. 그들의 삶이 겉만 화려하며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거나 아니면 영원히 깨닫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부모들이나 학교는 청소년들이 옳은 일에서 즐거움을 찾도록 가르치는 일을 별반 잘 하지 못하고 있다. 어른들조차 종종 허상에 현혹되어 있는 공모자들이다. 그들은 중요한 과제를 지루하고 어렵게 만들고 하찮은 과제는 흥미롭고 쉽게 만든다. 학교에서는 일반적으로 과학이나 수학을 흥미롭고 매혹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지 못한다. 문학이나 역사도 상투적으로 가르친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모범적으로 삶을 살아간다. 그들은 복잡한 상징적 활동이 얼마나 즐겁고 흥미로운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무지의 늪과 무관심의 사막을 힘들게 건너왔으며 부모와 몇몇 선견지명을 가진 스승들의 도움으로 미지의 세상을 발견했다. 그들은 문화의 개척자들이며 후세의 본보기다. 그들을 본받는다면 인류의 의식은 유전자와 문화가 우리의 머릿속에 입력해놓은 과거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자손 대대로 수동적으로 즐기는 일보다는 시를 쓰고 법칙을 해결하는 일에서 좀더 기쁨을 느낄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들의 삶은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 시켜준다.





-칙센트미하이의 창의성의 즐거움에서
김순철 칙센트미하이님의 창의성의 즐거움.....문학적인 부분에 다량 할애해서 글 쓰시는분들이 즐겁게 읽으시리라 생각되네요.
특히 시인 분들에 대해 많은 양을 할애합니다. 시인이 되시려다 못되신 것인지......그리고 이 분 책
플로우, 라는 제목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발견했는데 그 책보다는 이 책 창의성의 즐거움이
더 읽기도 쉽고 사례도 많아서 피부에 와닿네요. 맥락이 아주 쬐금 다르긴 하지만요.
어떤 작품에 대한 작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기 보다는 몰입이나
창작과정에서 오는 행복을 주제로 사례를 드는 것이라서 글 쓰시는 분들이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혹은 남들 글이 어떻게 나오는지 살짝 호기심에 엿볼 수도 있고 말이죠.
여튼 몰입과 창작 그리고 창작에서 오는 행복에 관한 글입니다.
날이 더우니 타자하기도 쉽진 않군요. 몰입하려 해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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