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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경 시집 <거미의 전술>/김정수
 김정수  | 2015·10·28 15:18 | HIT : 1,294 |
[시인의 집]

살결과 살결이 서로 끌어당기는 사랑
<20> 김하경 시인 ‘거미의 전술’

간격


(중략)
아랫목과 이불 사이 밥사발을 넣으면
제각각인 저것들도
살과 살끼리 맞닿는 자리에
열기를 끓어낸 아랫목 봄꽃이 핀다
아이 온기가 내 안에 따스하게 스며든다
사라지는 체온이 이식되는 동안
간격은 없다
36.5도의 체온을 부비며
온몸으로 사랑을 전달받는 중이다
누구도 떨어트릴 수 없는 이 간격
햇빛보다 더 따스한 사랑
봄은 연리지로 엉겨 붙는다

보름달에서 그믐달 그리고 초승달로 이어지는 달의 변화는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에 상응하는 혹독한 비극(부활)이라는 문학적 상징(원형적 이미지)으로 승화된다. 김하경 시인(2012년 ‘열린시학’으로 등단)의 첫 번째 시집 ‘거미의 전술’은 달의 원형적 이미지를 통한 간격의 미학을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는 상의 용사였다”로 시작하는 시 ‘달의 법칙’은 김하경 시인의 시세계에서 슬픈 가족사의 진원지에 위치해 있는 작품이다. “6.25 참전 때 철원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버지는 초승달, 즉 죽음에 상응하는 혹독한 비극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된다. 이는 혼자만의 비극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오남매 배는 늘 허전”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고통까지 수반한다. “떨어져 나간 한쪽 다리”와 비틀어진 허리 그리고 “한쪽 엉덩이가 보름달처럼” 부푼 아버지는 결국 도박에 빠지고, 그만큼 아버지와 가족의 간격은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해갈 없는 다모작 궁핍을 사육”하느라 “어머니의 얼굴에 검은 저승꽃이 가득”(‘추석 전야’)한 것은 비극의 주인공과 함께 사는 가족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의 단면이다.  

그럼에도, 저녁때가 돼도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를 위해 “아랫목과 이불 사이 밥사발 넣”(이하 ‘간격’)고 기다리는 가족은 “누구도 떨어트릴 수 없는”, “살과 살끼리 맞닿는” 간격이 없는 거리를 유지한다. 사실 이 간격은 시인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된 다음 유지할 수 있었던 회복의 거리다. “아이가 내 등 뒤에서 슬쩍 껴안”아 “제 살결과 내 살결이 서로 끌어당기는 사랑”으로 인해 “햇빛보다 더 따스한 사랑”, “연리지로 엉겨 붙는” 포용의 간격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꿩을 다루는 주인 창을 던지듯 칼을 흔든다

고구려 왕릉에서 발굴된 예맥족들이
쌩쌩 불어오는 바람과 맞서 벽화 속에서 말타기 즐겼다

우거진 숲 속 분주하게 달렸던 광개토대왕
달아나는 새의 날갯짓 힘보다
앞을 겨눈 시간들 창은 적들의 전략 앞에 빠르게 꽂힌다

사라진 고구려의 삶
짐승을 쫓는 눈빛이 햇살 아래 반짝인다

엉덩이를 들고 말을 달리던 왕
흙속에 묻힌 지금
힘껏 던진 창살 여전히 심장에 번쩍거리고
꿩을 적중한 도마 위는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다

북면 우주 꿩 요리 식당 주방
벽화 속 왕의 사냥터로 핏물이 흥건하다

날마다 하늘로 도망쳐야 할 꿩
지난날 나의 힘이라면
앞만 겨눈 사냥의 힘
산속에 흩어진 삼족오 피가 칼도마 위에 벽화로 물들었다

다다다다 도마 위의 칼소리 산등성이를 휘어잡고
피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내가 식당을 나온다

-‘도마 속의 삼족오(三足烏)’ 전문

죽음에 상응하는 혹독한 비극, 달의 상징은 가족사에 머물지 않고, 역사와 실존의 정황을 통해 끊임없이 현재화된다. 유성호 교수는 해설에서 “김하경은 자신의 몸속에 새겨진 여러 흔적을 통해 시간의 불가역성(不可逆性)을 넘어서려는 상상적 모험을 보여주는데, 그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순간은 이미 소멸해버린 것들을 통해 또 다른 존재 생성을 희원하는 꿈의 시간”이라며 “사라진 고구려의 삶이라는 시공간을 상상적으로 재현하면서 그 흔적을 식당의 도마에서 경험하고 있”다고 평했다. “벽화 속 왕의 사냥터가 핏물이 흥건”하듯 “산속에 흩어진 삼족오의 피가 칼도마 위에 벽화로 물”드는 비극적 상상력의 시원은 아버지에 닿아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이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역사가 증명하듯, 한 나라의 지도자 또한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영국의 역사가․문명 비평가인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했다. “우리 인간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도 했다. 선택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원천 차단한다면 역사는 편향되거나 퇴행할 수밖에 없다.  

◇ 거미의 전술=김하경/고요아침/156쪽/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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