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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용 / 나를 울린 한 편의 시] 기형도 - 정거장에서의 충고
 정한용    | 2009·09·22 08:37 | HIT : 2,635 |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
저녁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
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 군데군데 쓰러져 있던
개들은 황혼이면 처량한 눈을 껌벅일 것이다
물방울은 손등 위를 굴러다닌다, 나는 기우뚱
망각을 본다, 어쩌다가 집을 떠나왔던가
그것으로 흘러가는 길은 이미 지상에 없으니
추억이 덜 깬 개들은 내 딱딱한 손을 깨물것이다
구름은 나부낀다. 얼마나 느린 속도로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얼마나 많은 나뭇잎들이 그 좁고 어두운 입구로 들이닥쳤는지
내 노트는 알지 못한다. 그 동안 의심 많은 길들은
끝없이 갈라졌으니 혀는 흉기처럼 단단한다
물방울이여,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들어선 안 된다
주저앉으면 그뿐, 어떤 구름이 비가 되는지 알게 되리
그렇다면 나는 저녁의 정거장을 마음속에 옮겨놓는다
내 희망을 감시해온 불안의 짐짝들에게 나는 쓴다
이 누추한 육체 속에 얼마든지 머물다 가시라고
모든 길들이 흘러온다,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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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은 박정희 정권이 끝나고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계엄이 발효되고 학교가 휴교하고 군부가 정권을 잡고 타임 뉴스위크가 찢겨지고 삼청교육대로 사람들이 끌려가고 통금을 피해 몰래 밤새워 술마시던..... 그리고 내가 신춘문예 당선되기도 한 해이다. 그해 여름, 하재봉 박덕규 안재찬(류시화) 씨가 충주 우리집으로 불쑥 예고도 없이 찾아온 해이기도 하다. [시운동]이 펼쳐지기 전, 인연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두세해 지나, 거기 [시운동] 모임에 기형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문 기자 였던 그는 늘 검은색 가방을 메고다녔는데, 가끔 그 가방을 열고 시 원고를 꺼내 함께 토론하곤 했다. 그 시운동 합평회는 악명이 높기로 유명해 '청문회'라고 불리기도 했다. 거기와서 '당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땐 새파랗던 청춘들이 지금은 문단의 중견으로 다 올라가 있으니 세월의 흐름이 실감난다.
  어느날 갑자기 기형도가 사라지고, 수년이 더 흘러 그 빈자리가 아련히 허전해질 즈음, 나는 안산으로 이사를 가서 살게 되었는데, 그 옆 동에 기형도의 누이인 기예도 씨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찌어찌 그렇고 그렇게, 우연히 몇번 만나고, 연결이 되면서 그냥 이웃이 되어버렸다. 내가 그 아들에게 영어를 좀 가르쳐주면, 볼링선수였던 그 아버지가 내게 볼링을 가르쳐주는, 일종의 상부상조 의식을 매주 치렀다.
  그러면서 기형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내가 그와 함게 문학활동을 했다는 것 때문에 그 누이는 나를 동생처럼 대해주었다. 그 집에는 기형도가 남기고 간 많은 책들이 집안을 꽉 채우고 있었는데 (출판사에서 문화부 기자에게 공짜로 보낸 것들, 부러워!) , 그 중 한권을 내가 빌려왔는데, 아직도 안돌려주고 있는데, 아마 그 누이가 잊었을 것 같은데....
  그 생기기도 잘 생겼고, 시도 잘 쓰는 기형도가  난 부러웠다. 늘 나를 기죽게 만들었다. 그래서 화나고 신경질나고 눈물났던 것이다. 이제 그는 없다. 그에 대한 풍경도 지워져 간다. 다행히 그의 시는 독자들 마음에 오래 새겨졌다. 그도 살아남았다. 앞으로도 오래 남을 것이다. 내 시도 그럴 수 있을까. 나도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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