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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선 / 나를 울린 한 편의 시] 로르카 - 몽유(夢遊)의 민요시
 빈터  | 2010·03·11 14:23 | HIT : 4,548 |
녹색에 홀린 나르시스트




몽유(夢遊)의 민요시

                                                                               글로리아 히네르와
                                                                          페르난도 데 로스 리오스에게


녹색 나 그대 사랑하네 녹색으로.
녹색 바람, 녹색 가지들.
바다엔 배
산에는 말.
허리에 그림자를 감고
난간에서 꿈꾸는 그녀,
녹색 몸, 녹색 머리카락,
싸늘한 은빛 눈.
녹색 나 그대 사랑하네 녹색으로.
집시의 달 아래,
세상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녀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네.


녹색 나 그대 사랑하네 녹색으로.
새벽길을 여는
그늘 물고기와 함께
거대한 서리별이 다가오네.
무화과 가지는
바람을 문지르고,


도둑고양이인 저 산은
사나운 용설란 털을 세우네,
그러나 누가 올 것인가? 어디로 해서.......?
그녀는 난간에 서 있네
녹색 몸 녹색 머리카락
쓰디쓴 바다를 꿈꾸면서


전 바꾸고 싶어요, 대부님.
제 말과 당신의 집을
제 안장과 당신의 거울을
제 칼과 당신의 모포를
대부님, 카부라의 재를 넘어
피 흘리며 저 여기에 왔어요
이보게나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말고
하지만 난 이미 내가 아니고
내 집은 이미 내 집이 아닐세
대부님, 전 제 침대에서
품위 있게 죽고 싶어요.
이왕이면 네덜란드산 시트가 덮힌
철제 침대에서 말예요.
가슴에서 목까지 난
제 상처가 보이지 않나요?
삼백 송이의 검붉은 장미가
네 하얀 셔츠에 피어 있구나
그대의 허리께에서
피가 스며 나와 냄새를 풍긴다.
하지만 난 이미 내가 아니고
내 집은 이미 내 집이 아닐세
오르게 해줘요!
저 높은 난간까지 만이라도
올라가게 내버려둬요.
녹색 난간까지만 놔둬요.
물소리가 울려 퍼지는
달의 난간들.


두 명의 대부가 이미
가파른 난간을 오르고 있네.
핏자국을 남기면서
눈물 자국을 남기면서
지붕에는 작은
양철 등(燈)이 떨고 있었네.
천 개의 수정 탬버린이
새벽을 깨우네.


녹색 나 그대 사랑하네 녹색으로,
녹색 바람, 녹색 가지들.
두 명의 대부가 올라갔네.
긴 바람이 입 속에
쓸개, 박하, 알바아카의
묘한 냄새를 남겨놓네.
대부여! 말씀해주세요. 어디에 있나요?
그녀가 얼마나 그대를 기다렸는지!
그녀가 얼마나 그대를 기다릴 것인지!
싱싱한 얼굴 검은 머리칼이
이 녹색 난간에서!


저수지 표면에
집시 처녀가 서성거렸네.
녹색 몸, 녹색 머리칼
싸늘한 은빛 눈
달의 고드름은
그녀를 수면 위에 떠받들고 있네.
밤이 조그마한 광장처럼
가까이 다가왔네.
술 취한 민병대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네.
녹색 나 그대 사랑하네 녹색으로.
녹색 바람, 녹색 가지들.
바다엔 배.
산에는 말.


               몽유(夢遊)의 민요시 전문 / 시집 <사랑의 시체>  / 솔




로르카는 인간의 불가피한 비극적 운명을 신비로움과 '뼈와 살'의 교감으로 표현하는 한편,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스페인의 문화적 전통을 창조적으로 되살려내고자 했다.         -시집[사랑의 시체]솔 출판 에서 발췌



   스페인의 시인, Federico Garcia Lorca. 그는 스페인이 한때 누렸던 '황금 세기'가 막판에 도달했던 1898년에 유복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1936년 스페인 내란 중 3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등지기까지 시와 희곡, 음악, 미술, 인형극 등 예술 전반에 걸쳐 활동을 펼친 시인입니다.   파블로 네루다가 그를 가리켜 '번갯불의 화신'이라고 할 정도로 초인적 매력이 분출되던 로르카는 달리와 동성연애를 나누는 사이었다 합니다. 한 때 ‘몽유의 발라드’라는 제목으로 번역되기도 했던 위 '시'를 처음 대했을 때부터 좋아했습니다. 특히1연의 ‘녹색 나 그대 사랑하네 녹색으로.’로 시작해서 ‘무화과 가지는 바람을 문지르고’,에 이르는 2연을 가만히 읊조릴 때면 생생한 시적 울림과 이미지에 황홀해지곤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때 처한 현실이 사막을 건너는 것처럼 갈증속에 있었나 봅니다. 인간으로서의 삶이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사막을 벗어나고 싶다는 갈증조차 없을 터이지만, 이 시의 어디쯤에 감로수의 효능이라도 있었는지 하여튼 빠져들었습니다. 나는 그  시를 읽고 떠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어렵사리 일터에 휴가를 냈습니다. 그리고 혼자만의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무엇에 홀리지 않고서야  여자 혼자 가정과 일을 느닷없이 팽개치고(?) 떠나기가 쉬운 일은 아닐 테지요.


     사나운 용설란 털을 세운 저 무시무시하게 고독한 산을 찾아 떠나는 초록의 집시여인처럼 두렵고 설레는 여행길이었습니다. 여수 낯선 여관에서 하룻밤 이후, 이른 아침 통통배로 2시간 30분 바닷길을 따라 흘러갔던 남해의 작은 섬 ‘사도’에서의 일박 후의 다음 일정은 로르카의 숲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발길 닿는 대로 버스를 타고 간 곳이 다산초당이었는데 아직도 용기를 넘어 무모하기까지했던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다산초당 오르는 길, 순정한 녹색 빛 대나무 숲의 물결은 로르카의 시가 발하는 초록의 매혹과 닮아있었습니다. 빽빽하게 들어선 아름드리 대나무 숲이 바람에 흔들리며 뿜어내던 싱싱한 호흡. 그것은 마치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 녹색으로 상징되는 사랑과 죽음의 맹렬한 연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초록에 미친 집시여인의 느린 걸음은 삼삼오오 지나치는 관광객들에 쳐지고 밀리면서도 행복했습니다. 흠뻑 땀에 젖은 채 경사진 난간에 기대어 초록의 숲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어느새 10년도 넘은 일입니다.


    로르카의 시는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솟아난 영감에 의한 것’ 이라는 루이스 펠리페 비방코의 정의처럼 그의 시는 지적인 잣대나 분류법을 논하는 게 부자연스럽다 여겨집니다. 정의내릴 수 없기에 더 매력적인 시, 왜 사랑에 빠지게 되었나 물었을 때 곰곰이 생각해도 까닭을 알 수 없음과도 같은 것, 그냥 그렇게 되는 것, 멍처럼 슬픈 초록에 물들어감이 벅차도록 행복해지는 것, 로르카 시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로르카의 시에 빠져 그를 예찬한다 한 들 이미 오래전에 죽은 로르카가 지하에서 알아줄리 만무하며 바라지도 않습니다. 집도, 빵도, 옷도, 명예도 주지 않는 ‘시 한편’에 이토록 온 마음을 바쳐 열렬히 감동하는 변방의 시인인 것이 스스로 꽤 괜찮게 느껴지는 지금 이 순간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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